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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의 "의형제"

오늘은 2010. 1. 29. 11:11

"의형제" 시사회에 다녀왔다.

여느 시사회와 달리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VIP시사회를 같이 해서 유명 연예인들이 참석한 모양이다.

영화 시작 시간이 10분이나 지나서 슬슬 짜증나기 시작할 찰나,

아줌마 파마를 한 꺼부정하고 바싹 마른 친구가 스크린 앞쪽으로 들어온다.

앞쪽 여성관객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른다.

이건 난리도 아니다.

그 친구가 바로 '강동원' 이었던 것이다.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같이 들어온 송강호와 얼굴을 비교해 보니 정말 조막만했다.

아내도 이내 화색이 돈다.

"아니, 언제 부터 강동원 좋아했어?"

"좋아한건 아니고....근데 정말 얼굴 작다, 그치?"

얼굴에 웃음이 가실 줄을 모른다. 어..흠..

오죽하면, 송강호의 무대 인사 맨트가

"여기는 강동원씨 팬들만 오신 모양이네요..." 이럴 정도로 (웃자고 던진 농담인데, 진지했던 여성팬들도 있었다는게 더 놀람)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직접 봤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무척 좋아졌던 시사회 였다.

<뭐, 얼굴을 분간 할 순 없지만, 현장 분위기상 한컷. 키는 크더라...강동원..키만..>

송강호의 연기는 정말이지 디테일 하다. 동네 아는 형의 주절거림을 고대로 묘사하는 듯한 대사.

얼버무리는 뒷말도, 에드립이 아니라 철저히 분석해서 완급을 조절해서 표현하는 그의 연기를 보면서

얼마나 웃엇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참 웃다보니, 나만 유독 크게 웃는다는 느낌이....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20대 남여들...

송강호의 연기의 그 깊은 맛은 아저씨들만 깊게 공감 하는 것인가? 순간 흔들렸지만, 뭐, 현실은 현실이니, 인정하고 가얄 수 밖에..ㅋ

첫씬에서 아내에게 전화통화 하는 부분의 묘사와
(전화 중간에 급하게 끊을려다가, 갑자기 한박자 쉬면서 "자기야 사랑해" 하는...그 호흡)

중반즈음에 닭을 보고 놀라는 부분에서

"아유~ 깜짝이야. 이노무 닭새끼들.."

하며 얼버무리는 그의 대사를 보면서 저게 현실인지 연기인지 가늠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넘버쓰리'의 그 두목이..

'우아한 세계'의 그 건달이.. (마지막에 라면 먹다가 우는 씬..이거 정말 대단 합디다)

'살인의 추억'의 그 형사가...

자꾸 겹치는 것이 아닌가?

송강호란 "이런 사람" 이라고 규정 짓는 것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영화배우에게는 치명적이겠지만,

자꾸 송강호의 캐릭터가 고정된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쉬리'에서의 송강호와 '박쥐'에서의 송강호가 낮설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자꾸 엄숙한 정극 연기 중간에 툭툭 장난하듯 내뱃는 그의 맛깔나는 목소리 톤이 들리지 않으니, 낮설 수 밖에.

나는 "이런 사람"으로 고정된 송강호를 사랑한다.

그의 현실인지 연기인지 분간 못할 정도의 구수한 연기를 보면서,

동네 아는 형으로, 찌질한 날 건달로, 매번 실패하는 시골 형사로 계속 남아 주길 바란다.

강호형! 화이팅! 저 넘버쓰리때부터 팬이었어요! 오늘(1/26)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 항상 응원 하고 있어요!!

<역시 강동원은 얼굴 마담이 확실하다. 윗사진과 아래사진의 호감도가 10배 차이. ㅋㅋ>

그리고, 강동원에 대해서는 한마디 안하고 넘어가면 섭섭하니, 언급하자면,

"동원아 형이 한마다민 할께. 너 너무 얼굴만 믿는거 아니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의 대사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서늘 해진다.

그러나, 그의 얼굴이 매직인지,

다들 얼굴 클로즈업이 되면 행복해 진다.

아내도 행복 했단다.

그래, 그럼 된거지.

그래, 감독의 의도 대로 된거 아니겠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훈 감독('영화는 영화다' 잘 봤습니다)에게 한마디.

"중간 이후에...너무 주말 드라마로 가는거 같네요. 심지어 해피 엔딩까지. 지난 영화의 부담감과 흥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거 이해 합니다.
고생했네요. 박수 보냅니다. 화이팅! (담번에는 이렇게 끝에 흐물거리면 잼없다! 알간?!!)"

* 아 그리고, 진짜. "고창석" 이친구 나랑 동갑이라는데, 어이쿠....난 한 7~8살 형님인줄 알았다...고생 많이 했는갑네..

 
                                                                <사진 출처 : 뉴스엔>

장훈 감독과 인연이 깊은지 이번에도 출연(그것도 특별 출연!)했다. 그의 리얼한 베트남어 연기! 대단하다! ㅋㅋ

강동원을 사랑하고, 송강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담없이 유쾌하게 한번 즐길 만한 영화다. 추천!

별점 : 세개반.
Posted by 도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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