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9일 토요일

너무나 오래 많이 준비를 해온 유럽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3년전부터 적금을 부었고, 여행조사만 1년을 했고, 비행기표는 6개월전부터 끊었다. 시간만되면 구글맵으로 내가 갈곳의 스트리트뷰를 보았더니 어느날은 이미 내가 가본곳 같다는 착각이들정도였다.
간절히 바라던 여행이라 그런지 사건사고도 많았다. 여행3주전 둘째아들이 학교에서 축구를하다 팔이 부러졌다. 아직도 깁스중이다. 5일전에는 첫째, 둘째 모두 머리가 아프고 설사를해서 병원에 가보니 뇌수막염이란다. 생에 처음 링거까지 맞혔다. 약을 한봉지 챙기고, 둘째의 깁스는 다행이 반깁스로 교체해 붕대도 넉넉히 챙겼다. 이때까지도 난 유럽에 못갈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않았다.

우리가족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갔다. 남편은 대한항공 직항으로 편안하게 아주아주 편안하 런던으로 13시 25분 출발! 우리 3명은 악명높은 모스코바항공 1회 경유로 12시 50분 출발이다. 공항엔 함께왔으나 갈길이 달랐다. 남편은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혼자 대한항공을 끊었고, 우리는 가격의 메리트를 뿌리치지 못하고 에어로플로이트항공을 선택했다. 역시 에어로플로이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오버부킹으로 1시간30분가량 지체된 루프트한자항공으로 변경된것이다. 이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남편은 미리 대한항공을 타고 출발했고, 우리는 서둘러 체크인을 하고 출국심사를 마치고 탑승게이트를 향해 빠른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빠른걸음이 문제였다. 큰아들 발에 걸려 작은아들이 넘어졌다. 부려진 팔의 엄지손가락을 부여잡고 울기시작하는 아들. 그리고 신음하듯 작은 목소리로 "엄마! 부러진것같아!" 탑승시간은 다가오고 아들은 울고...그순간 아! 여행은 못가겠구나. 이대로 비행기를 보내고 병원으로 가야하나? 남편은 이미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날아가고 있는데... 맞다 그런데 남편은 런던 숙소 위치도 모르고 환전한돈은 모두 내가 갖고있고 호텔예약한 카드도 내가 갖고있고... 정말 머리속이... 그리고 결정해버렸다. 일단 비행기를 타자. 손가락이 붇지않는것이 부러진것같지는 않으니 런던에내려서 병원에 가자. 비행기에 타서도 내가 잘한건지 큰일날일을 저지른건지 알수가없었다. 비행기는 출발했고 한시간이 흘렀을까 둘째가 안아프단다. 헉!
도착도하기전에 온몸에 기가 다빠져버린듯 하다. 유럽에서 얼마나 좋은일이 있을려고 이렇게 액땜을 많이도 하는지 기대가된다.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남편과 눈물의 재회(?)를 했다. 막상 런던에 도착하니 너무나 준비를 많이 해둔 때문인지 모든것이 술술풀렸다.
호텔로 가기위해 Tube를 이용했다. 오이스터카드를 어른2장만 사서 충전했다. 11세미만이 무료이므로 첫째가 만11세 6학년, 표를 사야하지만 여권을 보자는 사람도 없고, 동양인 나이는 가늠을 못하기도하고, 내생각에는 6학년정도는 안사도 될듯하다.






선불교통카드라고 해야하나?
보증금(Deposit 5파운드)을 내고 원하는 금액을 충전(Top-up 15파운드)한 뒤사용하고 나중에 남은 금액은 환불받을 수 있는 카드다.

지하철, 버스, DLR 모두 사용가능하고 템즈강 유람선 이용시 할인도 된다.




아이들은 런던의 노후한 공항,작은 지하철을 보고 적잖이 실망을 한듯하다. 하지만 Tube라고 불리는 이 지하철이 1863년 개통된것을 알려주자 다르게 보는듯 했다. 세계 최초의 지하철, 그 당시 런던의 교통량이 얼마나 포화상태였으면 지하로 뚫을 궁리를 했을까?


                                                         1863년 베이커 스트리트역
                                                         (ⓒ photo by gettyimages)

우리는 저녁11시가 넘어 도착한 해머스미스역 노보텔에서 런던 첫날의 여장을 풀었다. 내일을 기대하며...


Posted by 도전중
,

작은 아들의 꿈

오늘은 2008. 11. 20. 16:31
작은 아들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매주 금요일에 클럽 축구교실에 나가고 있습니다. 11월 8일에 수지 축구클럽 전체 대항전이 있었습니다.

맴버 자체가 같은반에서 한팀을 꾸려서 하는 형태이다 보니, 주변 초등학교 운동회가 되었더랬습니다.

체육공원에서 치뤄졌는데, 참 좋습니다. 넓직하고, 우리동네 참 좋은 동네 입니다.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운동 나오지 못한거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잘 해놨습니다. 아침부터 기분 좋습니다.

뜨끈뜨끈한 엄마표 오뎅도 준비하고, 맛있는 김밥이랑 과일이랑 음료수랑 과자랑~ ㅎㅎ 소풍 왔습니다.

아들이 '스트라이커'랍니다. 운동에 별로 소질이 없는 아빠는 긴가민가 합니다. 슬쩍 기분이 좋습니다.

예선 4경기를 한다고 합니다.

'아니, 애들을 잡으려고 하나? 4경기면 도대체 얼마나 걸리는거야?...음..'
-
-
전.후반 없이 10분 이랍니다. 하하.

첫번째, 두번째 경기 모두 0:0 비겼습니다. 아직은 축구가 아니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얼음.땡' 놀이 하는 것 같습니다.

공은 이미 뒤로 흘러가고...안탑깝..


많이 아쉬워 합니다.

점심을 먹고, 치룬 세번째 경기도 0:0 무승부... 마지막 네번째 경기만 남았습니다. 강팀이랍니다. 덩치도 좋고, 발놀림도

여간 아닙니다. 어리바리하다가 슛도 아닌 슛에 그만 실점을 해서 0:1 패. 예선 탈락 입니다.

아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 집니다.

"아들! 괜찮아 괜찮아~ 이길수도 있고 질수도 있는거야. 잘했어 오늘. 화이팅!"

"네...."

뭐, 아직 어리니까 금세 잊겠거니 했습니다.

저녁 무렵 외할머니 전화가 왔습니다. 외손주 축구 소식이 궁금하신겝니다.

장모님은 축구 매니아이십니다. K리그 선수를 비롯해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줄줄 꽵니다.

FC서울 광팬이시고, 박주영 서포터즈 이십니다. (가끔 밥주영이라고 하면 화내십니다. ㅋㅋ)

"상원아 할머니다. 전화 받어"

"할머니!~ 오늘 4경기 했는데, 아~진짜! 3개는 비기고 하나는 졌어. 두번째 경기는 이길 수 있었는데, ㅁㅁ이가 헛발질해서.

공왔는데, 나한테 패스 않하고 말야. 아휴!. XX가 앞으로 잘 차줬는데, 마지막에는 ㅇㅇ가 가만히 서있더라? 앞에서 막아만

줘도 되는데..."

'~어? 이녀석 봐라? 아빠한테는 그냥, 네... 하고 말더니?'

말문이 터졌습니다. 얼굴이 상기되어서 미주알 고주알 외할머니에게 다 이른 후에야, 만족한 표정입니다.

매니아끼리라서 말이 서로 잘 통하나 봅니다.

살짝 배가 아픕니다. 나도 그래도 축구 많이 챙겨서 보는데...

그래서 아빠로서의 충고 한마디 했습니다.

"어이~ 아들. ㅁㅁ, XX, ㅇㅇ 탓하면 안되지. 남 탓하는건 잘못된거야. 니가 좀더 뛰었으면 몰랐잖아. 그렇지?"

".....네."

-
-
-
아... 또 잘못했네요. 아이의 감정을 추스러주라고, 그렇게 몇번이나 다짐했건만...또 잔소리로 들리겠지요..

MBC스페셜 "내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06.9.3)1,2부" 를 보고 반성하고 연습했지만, 아직은 잘 안되네요.

노력해야겠습니다.

아들의 번호는 15번(피터 크라우치)입니다.

앞에 빠진 이가 아직도 안 나옵니다. 그래서 더 개구장이 같네요.

어이! 이리로 패쓰! 패쓰하라니깐? ㅋㅋ

단독 드리볼 장면! 잘한다 우리아들!

하루종일 뛰어다녀서 얼굴이 그을렸네요. 수고했다!


위의 대화 정답)

아들 : " 아~진짜! 3개는 비기고 하나는 졌어. 두번째 경기는 이길 수 있었는데, ㅁㅁ이가 헛발질해서. 공왔는데, 나한테 패스 않하고 말야. 아휴!. XX가 앞으로 잘 차줬는데, 마지막에는 ㅇㅇ가 가만히 서있더라? 앞에서 막아만 줘도 되는데..."

아빠 : "아, 그래서 속이 많이 상했겠구나?"

아들 : "네, 많이 속상했어요."

아빠 : "그래, 마음대로 되지 않을때 속이 상할때가 많단다. 지금은 좀 어때?"

아들 : " 얘기 하고 나니깐, 조금 풀린것 같기도 하고...그래요."

아빠 : "그래, 마음이 좀 풀렸구나, 다음번에는 좀더 연습하고 맘을 맞추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아들 : "맞아요. 연습이 좀 부족했던거 같아요. 서로 엇갈리기도 많이 하고, 따지고 보면 나도 좀 잘못한거 같아요."

아빠 : "음...그랬구나. 연습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다음번에는 좀더 잘 해보자! 아빠도 도와줄께!"

아들 : "네! 아빠. 알겠습니다!"

* 닭살이 약간 돋지만, 방송보면, 말 한마디 차이가 정말 어마어마 하더군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추스려 주는거! 이거!

* 점심먹고 팀 아빠들과 맥주 한캔씩들 마시면서 얘기 나눴습니다. 집값떨어졌다는 얘기와 분양가 얘기, 그리고

   자전거(이게 거의 주제였음)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집값,분양가,자전거 이거 다 잘 몰라서 한마디도 못했네요.ㅋ

  (장모님과 아들의 대화에 소외되는 느낌과 비슷하더군요. 다들 어찌 그리 자전거에 관심들이 높은지...ㅋ 휴대폰 얘기 했으면, 내가 그냥 좌~악 한 썰 풀었을텐데.ㅎㅎ)
Posted by 도전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