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에 종로3가의 서울 극장을 향했다. 아내와의 영화 데이트.
십수년전의 그 서울극장이 멀티플랙스 형태로 바뀌어 있었는데, '동선'처리가 이상해서 방향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정말 보기드문 2층 상영관에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예전 단관극장들은 대부분 2층 이었는데...)
예고편도 없이 8시30분에 시작하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잿빛 (가끔가다가 핏빛)으로 그 큰 화면을 뒤덥고 있었다.
"2012"가 지구의 멸망을 '액션스펙타클유머환타지'로 버무렸다면,
"더 로드"는 정말로 잔인한 현실을 피부 속 깊숙히 꽂아주는 정맥주사처럼 파고 들었다.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건 바로 인간 내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어낸 탓일까?
털끝 만큼의 희망조차도 사라진 현실에서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더 로드"는 당의정이 아닌 쓴 가루약을 통채로 먹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과연 인류에게 지구멸망이라는 거대한 절망도 "2012"와 같이 한방(?)에 끝내주는 것이 오히려 고마움일 거 같다고
느껴지는 것은, '비고 모테슨'이 끝까지 간직했던 자살용 권총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끝도 없는 절망이 몇년간 지속된 미래...과연 미래가 존재 할까 싶은 그 깊은 절망에서
어머니는 죽음의 사랑을, 아버지는 삶의 사랑을 아들에게 보여 준다.
과연 누구의 사랑이 위대한 것일까?
*나는 이영화가 성공 할 것 같지 않다...모두가 외면하는 현실의 비정함을 너무 냉혹하게 들어내고 있기에...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입에는 달고 몸에는 좋은 약이 현재의 트렌드다.
* 그리고, 우리나라 포스터에 '가이 피어스'가 이름을 세기고 있는데, '로버트 듀발'이 나오는게 맞다.
(포스터 관련 담당자가 어린 모양이다. '로버트 듀발'보다 '가이 피어스'가 유명하게 느껴졌나보다...아니면 영화도 안보고 적었던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가끔은 '씀바귀'가 먹고 싶을때도 있으니,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나지 않을까...싶다.
*요새 "지붕뚫고 하이킥"을 IPTV로 열심히 돌려보고 있다. 아주 재미있다.
이게 당의정이다. 유쾌하게 버무려서 씁쓸한 현실을 감춘다. 이런걸 물에다 씻어서 내용물 하나하나를 후벼 파니 괜히 구린거다.
유쾌함만 알고 넘어가도 언젠가 그 안의 속 뜻을 알게 되리라...마치 콩나물 시루 처럼...